정말 매일 비가 오고 있다. 하루도 빠짐 없이.
비가 안 내린 적이 없다.
부모님이 한국으로 떠나시자마자 이틀 연달아 비가 오더니 추워졌고 그 이후로 계속 비가 왔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 오셨으면 구경도 잘 못하셨을 텐데...
정말 다행이다.
오후에 비가 잠깐 멈춰서 장을 보러 갔다.
온통 물의 세상. 떨어진 꽃잎이 그래도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것 같네.
크리스마스 장식이 들어가는 입구부터 생겼다. 지난번엔 없었는데...
사람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많이도 찍는다.
여기는 눈사람이 항상 3단이야. 머리, 가슴, 배
개미가 많아서 그런가.
도시락도 메리 크리스마스!
항상 귤을 사면 맛을 보고 실망하지만 오늘은 귤이 정말 맛있어 보여서 두 개만 샀다.
그리고 아무런 기대감 없이 먹어 보았는데, 괜찮다.
심지어 씨도 거의 없다. 하지만 새콤한 맛이 없는 단 맛.
그래도 지금까지 먹은 귤 중에는 최고!
얼마전에 도착한 2017년 달력과 수첩.
맞아! 12월이지. 가끔 지금 12월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전에 내가 겪은 12월의 날씨가 아니다보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해가 많이 짧아져서 금방 어두워지는 것은 한국의 12월과 닮았다.
잊을만 하면 오는 코이카의 선물들! 보살핌 받는 것 같아 감사하다.
비가 계속 와서 곰팡이가 생긴다. 주방 수건을 삶았다. 햇볕에 말리면 좋겠는데...
날이 쌀쌀해져서 샌드위치가 별로다. 그래서 밥을 해먹는데...
밑반찬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하루하루다.
이모가 보내 주신 마른 반찬 3종 세트가 언제 고갈될 지 모른다.
엄마가 해주신 깻잎은 이제 없다. 가장 아쉽다.
그래서 내가 개발한 밑반찬은 이것저것 넣고 볶기.
저기에 밥을 넣어 볶아도 맛있고 면을 넣어도 맛있고 상추에 싸먹어도 맛있고..
뭘해도 맛있다.
잘 살아보자.
집에 비가 샌지 3개월이 다돼 가는 것 같다.
정말 화도 나지만 부모님이 그 방에 있던 가구를 빼내어 새로 배치해 주시고 가셨다.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마음 아플것 같다며 생각해내신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이겨내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빗물이 거실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두툼한 양면테이프를 몇겹을 쌓아서 욕실로 흘러들어가도록 작은 댐을 만들었다. 그리고 물이 고이면 욕실안으로 쓸어버리면 된다.
하지만 그래도 댐밖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흡수가 잘되는 면을 길게 만들어서 욕실쪽으로 물이 줄을 타내려가도록 했다. 엄마가 행주를 잘라서 바느질로 길게 연결해 주시고 가셨다.
내가 맥가이버였다면 더 기발한 방법을 떠올렸을 텐데...
그래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계속 비가 오다보니 내 작은 댐은 버티기 힘이 든가보다.
설상가상으로 천장에서도 물이 떨어진다.
나를 시험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난 방법을 또 찾을 거다.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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