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추석은 그리 큰 명절은 아니다.
법정 휴일도 아니고 고향에 가지도 않는다.
명절이라기보다 축제 분위기가 있다.
추석 전날에는 시니어선생님이 계시는 후에공업대에서 초대를 해주셔서 서울식당에서 한국음식을 먹었다. 오랜만에 삼겹살과 해물탕을 먹었다. 뭐니뭐니해도 파전이 맛있었다. 다음에 직접 해먹어야겠다.
추석 오전에는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만나러 학교에 갔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미니 약과를 조금씩 건넸다.
얼마전에 받은 추석격려품으로 받은 미니 약과가 있어서 조금씩 나누어 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계속 말하기 준비 수정 작업을 다 끝내자마자 여름 동아리반이었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시간이 있냐며... 만날 수 있냐며... 나는 작업을 하느라 조금 피곤했지만 아이들이 보고싶기도 해서 만나러 갔다.
2학년 친구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동아리반 친구들뿐만 아니라 2학년 다른 친구들 모두 있었다. 새로온 한국 선생님이 보고싶었나보다. 이번 학기에는 2학년을 가르치지 않아서 잘 볼 수가 없는 2학년.
시간이 되는 친구들과 귀여운 음식점에도 갔다.
반콰이의 미니 사이즈인 반컷(bành khọt)은 작지만 들어 갈 것은 다 들어가 있다.
반콰이를 먹을 때처럼 라이스페이퍼, 채소, 느억맘이 나오고 싸서 먹으면 럿~응언~ (정말 맛있다)
내가 미니 반콰이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킥킥대며 좋아한다.
반베오를 접어서 튀긴 것. 안에는 마른 새우가 들어 있다. 맛이 있었다.
아기자기해서 베트남 소녀들이 좋아할 만한 집에 나를 데려온 것 같다.
음식들이 모두 귀엽다.
하지만 떡볶이는... 베트남은 떡볶이에 김치가 함께 나오는데 왜그런지 모르겠다.
베트남 스타일 떡볶이
케찹까지 들어가서 아주 짰다.
하지만 이 쩨는 정말 맛이 있었다. 꼭 동치미의 살얼음이 동동 떠 있어서 아주 개운하고 좋았다.
고소한 두부같은 치즈와 리치가 들어가 있는 쩨.
아주 달지도 않고 시원하고 맛이 좋았다.
돌아오는 길은 역시나 축제 분위기로 길이 막힌다. 트럭을 타고 다니는 공연팀이 게릴라 공연을 하고 다니기 때문에 오토바이와 사람들로 거리가 꽉 찬다.
학생들 덕분에 명절에 외롭지 않게 잘 지낸 것 같다.
돌아오니 학교샘이 추석케이크를 주러 온다고 했다.
월병! 내돈 주고는 사먹기 싫었지만 궁금했던 월병!
같은 후에에 계시는 시니어 선생님이 자신이 받은 월병을 나누어 주겠다며 연락도 해주셨다.
하지만 배가 불러 당장은 못먹고 추석 다음날 아침에 맛을 보았다.
안에 계란 노른자같은 것이 들어 있다. 안의 내용물은 다양한 것 같다.
월병이 생각보다 비싸서 별로 사고 싶지는 않았지만 사실 궁금했다.
그런데 이렇게 선물로 받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
소소한 정을 느끼며 올해의 추석은 이렇게 지나갔다.
아쉽지만 명절에는 조금 더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겠다.
이번에는 그러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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